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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구 라디오

인간 관계

왕구생각 2015. 9. 1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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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부터 자주 들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정말 인간이사회적 동물인지, 교과서에 실린 그 글이 공교육을 접한 학생들을 세뇌시켜서 그렇게 살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친구를 사귀고 어울리면서 거기서 일종의 안식과 즐거움을 느낀다. 옛날엔 대가족에서 태어나(나는 네 식구끼리 자랐지만) 갓난 아이 때부터 형제들이나 가족들과 어울리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걷기도 전부터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소통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또래를 만나 어울리며 지낸다. 거기서부터 가족이 아닌 사람과 사회적 관계이자 인간관계를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사실 우리 딸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를 보면 아이들은 같이 논다기보다 한 공간에 있을 뿐이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노는 걸 더 많이 봤다. 그러면서 어떻게 친구를 사귀었을까?)


사실 나는 인간관계에 크게 비중을 두는 편이 아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창 시절,  다방면의 친구를 사귀려고 여기저기 빨빨대며 돌아다니는 부류는 절대 아니었다. 단지 점심 도시락을 같이 먹을 몇 명, 통학 버스 안에서 시시껄렁한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상대 정도가 내 친구의 범주에 있었다. 대학교 때도 같은 과 남학생 4~5명과 ROTC 동기 몇 명 정도...


가끔 '인생에서 가장 큰 재산은 친구'라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이 가끔도 어렸을 때나 듣던 얘기다. 나이가 조금 들어서는 친구를 사람으로 바꿔서 듣는 정도.

그런데 나는 체질적으로 여러 사람과 섞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친한 사람이든 안 친한 사람이든 5명 이상인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대화를 해 나가기도 어렵고, 머리가 아파 오면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그건 아마 별 의미 없이 시간과 돈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대부분 일이나 일상의 느낌에 대해 얘기한다. '무슨 일이 많냐? 그 때 그 일은 뭐냐? 그 사람은 왜 그러냐? 누구는 어떻더라..' 정도. 그래서 이 사람들과는 그나마 얘기하기가 쉽다. 그런데 예전에 친했더라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는 '요즘 어떻게 지내? 애는 잘 커? 요즘 어디서 일해? 너네는 이런 일 어떻게 하냐?' 같이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어색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하는 의무적인 대화로 시간을 보낸다. 이게 아마 사회적 동물로서 필요한 스킬이겠지만 난 그게 싫다. 굳이 궁금하지도 않은 정보를 서로 캐묻고, 가끔은 그게 정보가 아닌 가쉽 정도로 흘러다닐 때 기분이 별로다. 그래서 오랜만의 친구들 모임을 다녀오면 재미있었다는 느낌보다 괜히 갔다왔다는 느낌과 후회가 더 크다.


오늘도 대학 때 과 동기 한 녀석이 결혼을 했다. 마침 사촌 결혼식과 겹쳐 참석은 못 했는데, 다른 동기한테서 SNS로 연락이 왔다. 내가 살아있냐고.연락 좀 하자고. 이 안부 같지 않은 안부를 접하고, '내가 처신을 잘못 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못 본 척 평소대로 지낼까?'를 내심 고민하다 댓글로 간단히 앞으로 연락 종종하겠다고 대충 남기긴 했다. 


난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과는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다.(그것도 대부분 업무상) 하지만 친했더라도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닌 게 되면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 이런 내 습성(?)을 직장 후배 한 명에게 얘기했더니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편이란다. 하긴 티핑 포인트에서도 보면 사람에 대한 평가는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어떤 단면만 보고 결정하는 편이 많다고 했으니 각자가 '나는 인맥에 있는 사람들과 자주 연락하는 편인가?'라는 질문에 당시의 순간적인 느낌으로 연락을 자주 안 한다고 할 수 도 있겠지. 기준은 저마다 각자에게 있고, 이런 문제에서 절대적 수치란 있을 수 없으니까. 

어쨌든 그마만큼 나는 인간관계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오히려 인관관계 스킬이 부족한 부진아인 걸 자각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사람 사귀는 게 쉽고, 여러 사람과 잘 지내는 게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처럼 쉬운 것 같지만, 그게 나한테는 몸에 안 맞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다 가끔씩 체하는 것처럼 어색하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나처럼 이런 고민을 안고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인터넷에서 그룹을 만들어 의논하는 거는 오히려 역설일까? 모순일까? 


현재로서 난 지금 이대로, 35년 동안 살았던 것처럼 계속 살 생각이다. 그러다 외로워지면 생각이 바뀌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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