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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늘어난 교육현장 '크롬북' 찾는다

노트북과 태블릿PC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교육용 스마트기기 시장에서 크롬북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확산하면서 일선 교육청과 학교 중심으로 크롬북 도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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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로 오게 됐을 때, (초빙교사는 아니었지만―전임교에서 초빙을 했다가 크게 데인 적이 있어서 다시는 초빙은 안 하기로 했다) 내가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도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내가 '교육정보부장'에 내정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꺼려하는 업무도 아니었고 전적교에서 2013년부터 G Suite(그 때는 Google Apps for Education이었는데)를 도입했기 때문에 새 학교에 가면 G Suite을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제대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죠. 

 

그래서 했던 첫 번째 일이 3월초부터 교장선생님을 졸라 G Suite for Education 신청하기.

아직 인천에선 G Suite for Education을 도입한 학교가 많지 않을 때라 비교적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각 담임선생님과 4~6학년 학생들 계정을 생성해서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 유용성을 잘 몰랐기에 선생님들께 뭔가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고, 그 때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한 일은 5층 각 교실에 교육청 인가 받은 무선 AP 설치하기.

이 때만 해도 교육청 인가 AP를 받으려면 대부분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나 연구학교를 하면 학교에 2대의 AP를 설치해 줬죠.

그런데 2대만 준다는 건 특별실에 설치하라는 말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특별실에 AP를 설치하면 대부분 과학실이나 스마트기기를 보관해 두는 별도의 교실(컴퓨터실 혹은 연수실)을 선택하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으로 그건 아니었어요. 

무선으로 수업을 하라고 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아무 때고 인터넷에 접근하고 스마트기기를 사용하게 하기 위함인데, 이때만 해도 (내가 참관하러 다닌 )학교들은 그 귀한(?) 태블릿 PC를 애지중지 하느라 잘 꺼내지도 않고 학생들은 구경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었죠.

그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을 설득해서 6학년 각 교실에 설치하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성능과 보안이 우수한 사설 AP를 사설 MESH 기능으로 설치하겠지만 그 당시엔 그걸 몰라서 대당 100만원에 육박하는 AP를 설치하느라 애 좀 먹었죠.

 

세 번째로 한 일은 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사용할 크롬북 30대 구입.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 국산 크롬북은 POIN2밖에 없었습니다. (에이서에서 국내 보급에 신경 쓴다는 걸 보니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 때 크롬북을 선택한 이유는 크롬북의 가능성과 편리성 그리고 G Suite 계정에 따른 새로운 사용환경을 생각해서였습니다. 

전적교에서 태블릿을 사용해 보니 타이핑이 정말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활동을 많이 한다 하더라도 학생들 교육활동을 점검하기 위해선 과제-제출-피드백이 필수적입니다.

학생들이 제출하는 과제(학습활동) 중에 그 내용이 아무리 짧더라도 글자를 써서 제출해야 했고 교사인 나도 피드백을 해 주어야 했는데 그때 가장 좋은 솔루션이 구글 클래스룸이었습니다.

구글 클래스룸까지 안 가더라도 구글 드라이브의 문서 공유였는데, 태블릿에선 문서 작성 및 공유가 조금 버거웠죠.

글자를 치려고 하면 스크린 하단에서 키보드가 올라오는 바람에 화면을 가리기 일쑤였고, 화면보다 키보드 키에 초점을 맞춰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거든요. 

우연히 2017년에 인천광역시 시의회에서1,500만원 정도를 지원받았고, 또 그 시기에 크롬북을 알게 되면서 POIN2에서 크롬북11 모델을 30대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투박하지만 30대를 일괄 충전/보관할 수 있는 이동식 충전함도 구입했습니다.

크롬북과 충전함에 라벨지를 붙여 번호를 부여했고, 학생들도 자기 번호에 맞는 크롬북을 가져가서 수업에 활용하게 했습니다.

크롬북을 처음 사용하면서 좋았던 점은 교실에서 무선이 되고, 각자의 계정으로 문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게 되니 피드백이 수월했고, 그 덕분에 준개별화 수업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2017년 5월까지 했던 일입니다.

 

네 번째로 한 일은 크롬북11C 60대를 추가로 구입한 일.

2017년 여름방학 중 하루, 교실에 볼 일이 있어서 학교에 나왔는데 (지금은 퇴임하신)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찾으셨습니다.

"정보부장 혹시 학교에 구입하고 싶은 물품 있나? 이거 신청하면 예산 지원을 많이 해 줄 것 같은데..."

계획서를 보니 지역교육청에서 3,000만원 가량의 예산을 교수-학습 정비 비용으로 쓸 수 있다길래, 냉큼 받아들었죠.

3,000만원이면 할 수 있는 게 많았습니다. 게다가 또 POIN2에서 화면 터치와 플립이 되는 크롬북11C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게 뒤라 이걸 구입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우리 학교는 3,200만원을 받았고 그걸로 크롬북11C 60대와 충전함을 구입했습니다.

구입 과정에 거금이 처리되는 일이라 몇 가지 우여곡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학교장터에서 저렴하게 모든 기기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옆에서 잘 도와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크롬북에 메인 계정과 학생들 계정 등록을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죠. 

전교생에게 G Suite 계정을 생성해서 배포했고, 선생님들 계정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도깨비 방망이가 주어졌다고 마법이 바로 일어나는 건 아니죠. 도깨비 방망이을 쥐고 흔들며 주문을 알아야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으니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사용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마케팅과 홍보란 그래서 필요한 거 아닐까요?

 

다섯 번째, 전문적 학습공동체 조직/운영

2018년에 크롬북과 G Suite 사용을 널리 안내하기 위해 일부러 여러 학생들을 만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담임을 놓고 처음으로 (과학) 전담을 시켜달라고 교감선생님께 부탁을 드렸죠.

다행히 내 의도를 좋게 보셔서 수락해 주셨고, 10개 학급 학생들과 1년 동안 과학 시간에 노트 필기 때신 크롬북으로 학습 내용을 기록하고 정리해 봤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께는 각 교실에서 크롬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G Suite, 구글 클래스룸, 구글 드라이브 문서 공유, (노트북 형태의 외양에 웹 및 안드로이드 앱 설치 같은)크롬북의 유용성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연수를 한다고 부르면 선생님들이 업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접근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배움을 업무의 연장이 아닌 자기 계발의 목마름으로 느껴 스스로 우물을 찾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일이 자율적인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조직해서 운영한 것입니다. 

한 주 전에 주제를 던져주고 필요하신 분들이 찾아오게 했습니다.

성과는 나름 효과적이었습니다. 처음 13명으로 시작한 회원이 21명까지 늘어났으니까요.

그래서 2018년엔 4~6학년이 크롬북을 사용(물론 이 과정을 힘들어 하셔서 게스트 로그인만 사용한 학급도 있다)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부터는 정보부장을 포함한 모든 보직교사 업무를 안 하고 있습니다.(또 다른 꿈이 생겨서)


우리 학교에 크롬북을 도입한 지 4년차에 이런 기사가 난 걸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기사 내용을 읽고 나니 제가 했던 일이 뻘짓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학교 수업에서 G Suite을 사용하면 교수-학습이 효과적일 거라 생각한 것이 기회가 닿아 크롬북 구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결과  우리 학교에는 크롬북 90대가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관리하지 않지만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코로나19로 인한 스마트기기 대여 방침에 따라)

그 학생들이 본인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든 G Suite 계정을 사용하든 크롬북은 수업에서 활용할 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2017년엔 몰랐지만 원격수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요즘 그 가치와 장점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다시 생각해 보니 대부분의 일들이 '우연히' 기회가 맞았던 것 같네요. 점점 세상 일에 감사하게 만드는 나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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