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이맘 때. 큰 마음을 먹고,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함과 더불어 내 자신을 계속 의심하면서 1년짜리 휴직을 신청했다. 휴직으로 얻은 것은 시간의 자유와 업무로부터의 해방,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느낀 보람 그리고 여섯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장편소설이다. 대신 그 대가로 매달 통장에 찍히던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 했다. 일을 하는 동안은 월급이란 게 흔히 하는 말 그대로 쥐꼬리, 쥐뿔 더 막나가 개뿔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어지니 내가 월급을 참 많이 의지했었구나, 라는 반성 아닌 반성이 들었다. 휴직 동안 어쩌다 함께 근무했던 분들을 만나면 그들은 나에게 으레 이렇게 안부를 물어왔다. "잘 쉬고 있죠? 잘 누려요." 그들이 묻는 안부가 진심에서 나온 것이 아닌 예의상 던진 ..

어제가 6.10 항쟁 기념일이었다. 휴직을 하고 있으니 날짜 감각이 둔해지고 있어서 모르고 있다가 저녁 때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영화 이 나오는 걸 보고 "오늘이 6.10 민주 항쟁 기념일이구나"했다. 1987년이면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다. 그 해 있었던 일 중 내가 기억하는 건 정말 편린에 불과하다. 입학식인지 입학 전인지 담임 선생님 이름을 듣고 "와! 나랑 성이 같네요."라고 말했다가 어머니한테 야단을 맞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게 왜 야단 맞아야 할 일인진 아직까지 미스테리다. 내가 기억하지 못 하는 뭔가가 있었나?) 또 1학년 받아쓰기 시험을 보다가 40점을 맞고 엄청 혼났던 일. (예능에서 받아쓰기 못 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난 이해한다.) 그리고 여름에 친척 결혼식에..

지역번호 032.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받아보면 녹음된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인천광역시장후보~” 뚝. 평소 하루에 한 번도 울리지 않던 전화가 평균 2시간마다 울린다. 어떻게 알았는지 선거철만 되면 내 전화기가 원래 자기 역할을 해 내느라 바쁘다. 나만 그런 것 같지 않다. 우리 와이프도 마찬가진다. 내 전화번호는 도대체 어떻게 알고 보내는 거야? 거리마다 붙어있는 현수막에서 본 게 전부인 사람들이 깍듯이 인사하면서 자기를 뽑아달란다.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귀찮게 하면 뽑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다는 건 아는지 모르겠다. 선거 열흘을 앞두고 공모물이 왔다. 평소 나한테 전화를 하던 이들이 누군지 한번 살펴보려고 봉투를 열었다. 빳빳한 용지에 칼라로 사진과 글자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딸이 학교에..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자기 외모에 대한 장점을 짧은 글로 써 오는 게 숙제였는데, 난 고심 고심하다 결국 내 이마를 장점으로 썼다. '넓은 이마 덕분에 착해 보인다'는 내용으로 썼던 기억이 난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하면 이불킥용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당시는 배우 이상아가 왕조현, 소피마르소, 이미연, 브룩 쉴즈 등과 더불어 학생들의 책받침 스타로 전성기를 누릴 때였는데, 이상아의 매력은 귀엽고 상큼한 미소였다. 하이틴 스타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녀는 소녀티 물씬 풍기는 머리띠로 귀여운 매력을 뿜뿜댔지만, 대중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언제나 그녀의 미소보다 이마에 주목했었다. 앞머리를 내려 가리려 했지만 둥글고 하얀게 드러난 그녀의 이마는 그녀에게 선한 이미..

하루 세끼를 직접 지어먹는, 너무도 일상적인 소재로 한 케이블 방송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단순히 인기를 끌었다고 할 정도가 아니라 해를 달리하면서 시리즈로 농촌, 어촌, 산촌을 누비며 방송을 했고 대부분의 방송이 인기가 많았다. 출연하는 연기자가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실상 내용을 까놓고 보면 정말 하루 세끼를 어떻게든 자급자족해서 만들어 먹는 게 전부였는데도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에 열광했다. 왜 그럴까? 내가 먹는 것도 아니고 남이 해 먹는 건데도. 요즘 우리 식구는 하루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고 있다. 매번 식재료를 준비해서 요리를 하는 건 아니다. 밀키트로 간편하게 조리할 때도 있고, 더 편리하게 완제품을 배달할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과학적 근거는 분명하지 않지만) 밀키트나 배..

어느 덧 2021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정말 말 그대로 시간이 '쏜 살' 같이 지나간다는 걸 실감한다. 그만큼 새로울 것이 없고 익숙함이 몸에 뱄기 때문이겠지.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행이지만, 인생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억울하고 서럽다. 그런 마음을 안고 2022년일 맞이하고 있다. 2021년은 그래도 나한텐 특별한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학교를 옮겼고, 처음으로 영어 전담교사를 해 보기도 했고, 내가 계속 하고자 했던 일들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나만 느낄 수 있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앞으로 한 발짝 내딛기가 왜 이렇게 어려웠는, 앞으로 움직인 거리가 1년이라는 시간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았다. 이동했다기보다 길이 어딘지 지도를 보고 또 다시 보고, 내 다리는..

우연한 기회에 MBTI 테스트를 하게 되서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우연'과 '진지'가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심리 테스트니 운세, 궁합 같은 거에 혹하거나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아, 명리학 사주 풀이는 그래도 재미있더라)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까지 해 준다기에 2시간짜리 설명까지 들었다. 일단 내 MBTI는 INTJ(과학자형)이다. 내향적이고 사건의 인과관계를 따지며,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따지는 스타일이라는 말이다. 어느 면에선 맞고, 어느 면에선 조금 아니다 싶은 면이 있다. 대부분의 심리 테스트나 성향 테스트가 그렇겠지. 누구든 한쪽 방향으로 완전히 치우치면 위험하기도 할 뿐더러 사람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이니까. 자신은 내성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를 볼 땐 친교적이라고..

인간이 동물이라는 방증의 하나로 나는 머리털을 꼽는다. 동물이 털로 자신의 멋을 뽐내듯 사람은 옷으로 자신을 꾸며 보인다. 그런데 사람도 멋을 낼 털을 이용한다.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머리털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신혼 초에 아내가 머리를 하러 간다기에 미용실을 따라갔다. 별 생각 없이 같이 가겠다고 했더니 아내가 괜찮겠냐고 물었다. 도대체 뭐가 안 괜찮길래. 상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이미 뱉어놓은 말이니 중간에 번복하기엔 변덕스러운 사람으로 보일 것 같기도 했고, 당시만 해도 서로 눈에서 꿀 떨어지던 시절이라(물론 지금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믿어 달라구.) 이해심 많고 말 그대로 멋지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버티고 있었지만 힘들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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