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청명한 하늘, 단풍. 가을을 표현하는 수식어이자 대표적인 이미지다. 겨우내 생명은 몸을 웅크리고 그 활동 반경을 줄여 차디찬 땅 속과 저마다의 공간에서 봄이 오길 기다린다. 그토록 기다리던 봄은 따뜻한 햇살과 얼었던 땅을 녹이면서 생긴 물을 생명에게 제공한다. 생명은 기지개를 켜고 세상으로 자신을 드러내려 시동을 건다. 하지만 햇살을 받으며 세상을 나오는 건 생명에게 고통과 노력을 요구한다. 씨앗은 자신의 몸을 찢어 싹을 내야 하고, 나무는 몸통 구석구석에서 피어오르는 간지러움을 이겨냄으로써 가지를 확장할 수 있다. 봄날의 빛과 따스함을 몸으로 즐기는 여유도 잠시, 이제 자연은 더위를 몸으로 받아내며 몸 안에서 양분을 만들고 다시 내년 준비에 들어간다. 자기 몸을 부풀릴 ..
왕구 라디오
2020. 10. 1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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