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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구 라디오

MBTI와 상대성 이론

왕구생각 2021. 11. 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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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MBTI 테스트를 하게 되서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우연'과 '진지'가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심리 테스트니 운세, 궁합 같은 거에 혹하거나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아, 명리학 사주 풀이는 그래도 재미있더라)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까지 해 준다기에 2시간짜리 설명까지 들었다. 

일단 내 MBTI는 INTJ(과학자형)이다. 내향적이고 사건의 인과관계를 따지며,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따지는 스타일이라는 말이다. 어느 면에선 맞고, 어느 면에선 조금 아니다 싶은 면이 있다. 대부분의 심리 테스트나 성향 테스트가 그렇겠지. 누구든 한쪽 방향으로 완전히 치우치면 위험하기도 할 뿐더러 사람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이니까. 자신은 내성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를 볼 땐 친교적이라고 판단하는 일도 있으니까. 나머지 성향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친한 친구 중 하나는 나더러 본인 성격의 극단을 달린다고 한 적이 있다. 내가 뭐 어쨌다고. 

뭐가 어찌 됐던 INTJ는 교사로서는 별로 좋은 타입이 되진 못 한다. 학생들을 대할 때 먼저 다가가서 있는 그대로 받아이고 따뜻하게 안아주기도 하고 감화시키는 성향이 돼야 하는데, 다 반대로다. 그래서 간혹 마음이 따뜻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사실이 어떤지 이것도 겪어본 사람만 알겠지. 그래서 누가 뭐라 해도 상관은 없다. 남에 대해 말할 권리는 누구한테나 있으니까. 남에게 칭찬이나 기분 좋은 말을 듣고 싶은 건 누구에게나 당연한 심리지만, 그런 소릴 듣고 싶으면 안 좋은 소릴 들을 각오도 돼 있어야지. 물론 내가 안 들리는 데서 말해주면 고맙긴 하겠지만. 

요즘 MZ 세대나 그보다 어린 청소년들은 MBTI로 서로의 성향을 맞춰보고 만난다고들 한다. 사람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에 받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사람한테 16가지 유형밖에 없냐면서. 물론 한 사람은 개인마다의 고유한 개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분류를 하기 위해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수억 명의 사람을 일일이 상대하긴 어려우니 굵직한 영역으로 분류해 놓고 이런 성향이구나, 하고 봐 주면 되지 않을까. 난 MBTI가 있어서 오히려 고맙다. 나도 학창시절에 이런 걸 알았더라면 나랑 친한 친구나 연애 대상을 알아볼 때 더 수월했을 텐데. 그런 면에서 MBTI의 날을 정해서 가슴이나 모자에 자기 유형을 적어놓고 다니면 재미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러면 I유형들은 안 보이고 E유형들의 세상이 되는 거 아닌지 몰라.

그런데 그러고 보니 나도 꽤 MBTI에 심취해 있었네. 말로는 아니라고 해 놓고 써 놓은 걸 보니 말과 반대잖아.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한 판단은 상대적이야. 이런 걸 두고 상대성 이론이라고 하면 큰 일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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