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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2021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정말 말 그대로 시간이 '쏜 살' 같이 지나간다는 걸 실감한다. 그만큼 새로울 것이 없고 익숙함이 몸에 뱄기 때문이겠지.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행이지만, 인생의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억울하고 서럽다. 그런 마음을 안고 2022년일 맞이하고 있다. 

2021년은 그래도 나한텐 특별한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학교를 옮겼고, 처음으로 영어 전담교사를 해 보기도 했고, 내가 계속 하고자 했던 일들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나만 느낄 수 있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앞으로 한 발짝 내딛기가 왜 이렇게 어려웠는, 앞으로 움직인 거리가 1년이라는 시간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았다. 이동했다기보다 길이 어딘지 지도를 보고 또 다시 보고, 내 다리는 튼튼한지, 가고자 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는 등 변죽만 울리다 실제 행동에 나서지 못 했다. 매번 바보처럼 반복하는 일이지만 후회와 후회가 거듭되고 있다. 누가 봐도 게으르고 어리석다고 할 만한 일을 1년, 아니 몇 년 간 거듭해 오고 있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내가 짊어진 짐을 한 번 놓고 가 보기로. 

2022년엔 학교를 한 해 쉬기로 했다. 마침 학습연구년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이용해 보기로 했다. 덕분에 오랜만에 개인 연구 계획도 열심히 세우고, 지금까지 내가 몸 담고 있는 직종에서 이룬 성과와 경력 들을 정리해 보는 계기도 됐다. 공고가 나오고 결과 발표까지 오랜만에 설레는 시간이었다. 희망을 품고 기대에 찼던 시간은 삶을 신선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계획서를 구성하고 작성하는 하루하루가 기대에 찼다. 그래서 이 기간만큼은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이 더 컸던 시간이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리 현실적이었다. 1차부터 낙방했다. 경력이 부족했던 탓인지, 연구 성과가 부족했던 탓인지 어쨌든 보기 좋게 떨어졌다. 하지만 크게 낙심하진 않았다. 나에겐 차선책이 있으니까.

짐을 내려놓는 방법, Plan B는 자율연수 휴직이다. 일명 무급 휴직. 내 선택을 놓고 다들 걱정한다. 괜찮겠냐고. 충분히 가족들과 상의해서 내린 결론이고, 그마만큼 난 절실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때 짐을 좀 놓고 가고 싶다. 한 해 만이라도. 그러면 얼마나 갈 수 있는지 확인도 해 보고 싶다. 원래 하던 대로 사역마처럼 짐을 지고 가는 것이 내 운명인지, 아니면 다르게 걸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그런 면에서 2022년은 나한테 더 특별하다. 정말 새롭게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오로지 내가 계획하고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유로운 삶. 어떻게 보면 겁도 난다. 이게 맞는 건지. 그래도 인간이라면 이렇게 살아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해 보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년 후, 난 이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볼 생각이다. 

내 생각이 맞았는지, 1년 동안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잘 살았는지 반성하는 의미로. 앞날을 장담할 사람은 없다. 그저 매일 자기 자신을 다그치며 만들어 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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