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왕구 라디오

요리 조리 삼시 세끼

왕구생각 2022. 2. 7. 17:31
728x90
반응형

하루 세끼를 직접 지어먹는, 너무도 일상적인 소재로 한 케이블 방송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단순히 인기를 끌었다고 할 정도가 아니라 해를 달리하면서 시리즈로 농촌, 어촌, 산촌을 누비며 방송을 했고 대부분의 방송이 인기가 많았다. 출연하는 연기자가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실상 내용을 까놓고 보면 정말 하루 세끼를 어떻게든 자급자족해서 만들어 먹는 게 전부였는데도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에 열광했다. 왜 그럴까? 내가 먹는 것도 아니고 남이 해 먹는 건데도.

요즘 우리 식구는 하루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고 있다. 매번 식재료를 준비해서 요리를 하는 건 아니다. 밀키트로 간편하게 조리할 때도 있고, 더 편리하게 완제품을 배달할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과학적 근거는 분명하지 않지만) 밀키트나 배달 음식보다는 내가 직접 요리한 음식이 몸에 더 맞고 속이 편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음식을 해 먹으려고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일단 메뉴 선정부터가 어렵다. 어떤 국을 먹어야 할지, 어떤 밑반찬으로 식탁을 꾸려야 할지가 애매하다. 며칠 먹을 수 있을 분량의 국이나 찌개가 있으면 다행인데, 그마저도 마지막일 때는 전쟁을 준비하는 장수처럼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진다. 가족들 입맛이 까다로운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매번 똑같은 메뉴를 반복하는 건 나도 싫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식탁에 변화를 줘야 한다. 그래서 메뉴 선정이 어렵다. 

다음은 시간이다. 난 여태 혼자 살아본 경험이 전무하다. 자취 경험이 없었단 말이다. 학교며, 직장이 모두 집 근처였기 때문에 부모님 혹은 지금의 배우자와 함께 살았다. 그래서 (이게 이유일 수는 없겠지만) 전엔 요리를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참고로 우리 처는 대학 때부터 혼자 살기 시작해서 제법 오래 자취를 해 왔다.) 결혼 전엔 어머니, 신혼 초엔 처가 음식을 해 줬다. 그런데 맞벌이를 하고 하루 똑같은 시간을 쓰면서 한 사람이 가사일을 하는 건 아니다 싶어 내가 요리를 하게 됐다. 설거지보다는 요리가 더 나한테 맞았기 때문이다. 내가 설거지를 하면 이상하게도 정리가 안 된다. 하지만 처가 하면 깔끔하다. 경력 차인지 요령 차인지 성격 차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대신 요리는 요즘 유튜브에서 너무도 많은 스승님들이 잘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내가 요리를 맡았다. 그렇지만 앞에서 말한 예능에서도 그렇지만 한 끼를 준비하는데 1시간은 기본이다. 재료를 다듬고, 익히고, 예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올리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먹는 건 10분이면 끝나는데, 준비는 너무 오래 걸린다. 요즘 밀키트가 유행인 건 그 때문이지 않나 싶다. 요리를 해 먹는 행위 자체가 시간으로 따지만 너무 비효율적이다. 

내가 만든 음식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19도 그렇고 밖에 잘 다니질 않다보니 하루 세 끼를 굳이 다 챙겨 먹을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하루 세 끼를 챙겨먹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농경사회 때도 아침과 저녁 두 끼만 먹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점심이란 말은 왜 나왔을까? 점심(點心)은 한자어 풀이 그대로 '마음에 점을 찍다'처럼 간단히 먹는 간식으로 안 먹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김성윤의 맛 세상] 인간은 꼭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할까

김성윤의 맛 세상 인간은 꼭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할까 식도락가도 빠져드는 1일 1식 열풍 다이어트와 건강 모두 챙기자는 것 세 끼 식사하는 건 의외로 짧은 전통 한 세기 전 산업화와 함께 정착

www.chosun.com

산업혁명 이후 삶의 주기가 공장 가동에 맞춰지면서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도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먹기 시작한 게 하루 세끼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부터, 보릿고개가 없어지면서부터 삼시 세끼가 일반화 됐다고 하니 하루 세끼의 역사는 5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요즘처럼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 비만으로 고생하는 시대는 없었다고 하니 감사하면서도 먹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지점에 오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우리 식구는 요즘 아침, 점심은 제대로 챙기고, 저녁은 사과 한두 개를 잘라 나눠 먹는 걸로 끝내고 있다. 습관이 무섭다고 어쩔 땐 밤에 배가 고플 때도 있다. 그렇더라도 참고 잔다. 굳이 먹지 않아도 큰일 나는 건 아니다, 나는 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라며 스스로 세뇌를 시키면서.

쓰다 보니 우리네 어머니들은 평생을 가족을 위해 하루 세 번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셨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온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식사 시간, 그 시간을 위해 가족들 신경 안 쓰게 주방에 서성인 어머님께 죄송하다. 반찬 투정, 먹기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 방으로 쏙 들어갔던 염치 없는 행동, 이런 못난 행동까지 감싸주신 어머님께 감사하다. 먹는 건 본능적이고 일상적인 행위지만 그 안에는 사랑과 배려, 추억과 애틋함이 녹아 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