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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구 도서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왕구생각 2019. 1. 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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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매년 발간되는 유엔미래보고서(나중에 변경된 이름 세계미래보고서)를 꼭 챙겨보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보더 수십년 후엔 어떤 기술들이 우리 생활에 침투해 있을 것이며, 그 때문에 우리들의 생활 양식과 문화, 제도 등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미래학자들의 생각이 궁금했었다. 개인적으론 미래보고서 시리즈들을 읽을 때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우려보다는 재미와 기대가 더 컸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고 미래가 단순히 재미와 기대로만 차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역사학자이다. 그는 인류의 역사를 어느 국가나 민족 단위로 보기보다는 사피엔스 종이라는 범위에서 통찰한 바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빅데이터 와 SW 같은 정보기술과 유정공학 같은 생명기술의 혁명과 서로 간에 융합되면서 이끌게 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동안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 책의 주된 내용이자 목적이다.

그는 역사학자이기 때문에 기술적이나 정치적인 문제 해결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환경 문제나 데이터로 인한 빈부격차, 일 자리 같은 문제가 더이상 개인이나 국가 단위 안에서만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와 논리적 설득을 제시하면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려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5개의 큰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기술적 도전2부 정치적 도전은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그리고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상황에 대한 경고라고 보면 좋다. 기술적 도전은 생명기술과 정보기술의 혁명, 자본주의의 한계,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에 의한 주체적 선택의 제한과 데이터로 인한 빈부격차 등을 담고 있으며, 정치적 도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동체, 민족주의의 한계, 종교적 영향력의 의미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다른 나라로 가는 이민에 대한 문제 등을 담고 있다.

3부 절망과 희망은 1, 2부에서 다룬 문제가 우리들에게 불안감과 위기 상황을 초래한다 해도 조금만 더 우리 자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알아본다면 위기를 극복해 볼 수 있으리라는 격려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4부 진실에서는 다시 우리가 우리와 우리 세계에 대해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비판한다. 우리가 현재 문제 삼고 있는 정의나 가짜 뉴스도 사실은 최근에 생겨난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견해가 담겨 있다.

마지막 5부 회복탄력성은 아직 다가오진 않았지만 예측할 수 있는 혼돈의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나가야 하는지 그런 문제를 먼저 생각해 본 작가의 성찰이 묻어 있다.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부분으로서)이 책에서 가장 큰 울림을 준 부분은 1장 환멸과 7장 민족주의 부분이다.

 

1장 환멸은 1부 기술적 도전에 속해 있긴 하지만 이 책 전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부정적인 관점에서)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생명기술과 정보기술의 발달이 자유주의의 판도를 바꿔놓아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의 투쟁 프레임 변화를 다룬 부분이 섬뜩했다.

 

아마도 21세기 포퓰리즘 반란은 사람들을 착취하는 경제 엘리트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제 엘리트에 맞서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이는 지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착취에 반대하는 것보다 사회와 무관해지는 것에 맞서 투쟁하기가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더 이상 착취에 대한 저항이 아닌, 노동의 대상으로서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계가 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2장에서는 그에 대비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하루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보편적 기본 소득제(UBI)보편 기본 서비스의 제공이다.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부를 벌어들이고 있는 기업과 억만장자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여 실업에 처한 개인들에게 필요한 급료를 지불하자는 것이 보편적 기본 소득제다. 그럴 경우 빈곤층에는 실직과 경제적 혼란에 대비한 완충 역할을 할 테고, 덕분에 부유층은 포퓰리즘에 의한 대중의 격분으로부터 보호받을 거라는 구상이다. 그러면 우리는 '일'에 대한 개념 전환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세대를 양육하는 것을 노동으로서 받아들임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과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2013년에 나온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엘리시움>이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는 빈부격차가 극심해진 가운데 황폐해진 지구에선 빈민층이 노동자로 살고 있고 지구에서 조금 떨어진 인공 행성 엘리시움엔 부유층이 '시민'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엘리시움에선 어디가 아프고 다쳤든 의료 캡슐 속에 잠깐만 들어갔다 오면 병이 완치 되는데, 그런 혜택을 부유층만 누리고 있다. 부유층과 빈민층을 갈라 놓은 것은 부의 쏠림 현장인데, 영화에선 그 원인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책에선 데이터 소유 여부에 의한 부의 쏠림을 그 원인으로 삼고 있다.

인간의 감정은 뇌에서 나오는 신경물질에 따른 것인데, 각각의 감정을 분석하다 보면 일정 패턴의 알고리즘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을 분석하고 축적하는 능력을 갖춘 SW를 소유한 기업이 각 개인의 감정 알고리즘을 모아 성향과 의도를 미리 잡아낸다면 그 기업은 맞춤형 광고와 상품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데이터를 소유한 사람과 소유하지 못한 사람 사이에 부의 불균형이 가속화 된다는 것이 미래를 예측한 저자의 생각이다.

 

실제 영화 <엘리시움>을 보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은 감정이 없는 로봇(드로이드)이고, 상담과 의료 진단도 로봇이 한다. 불시 검문과 보호관찰 담당과과의 상담, 의료진단 모두 인간적 이해와 여유, 공감이 필요한 부분인데, 로봇에게는 그런 부분이 결여돼 있기에 세상 살 맛이 안 나게 느껴진다.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드에 의한 소지품 검사 시 폭행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드에 의한 소지품 검사 시 폭행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드에 의한 소지품 검사 시 폭행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드에 의한 소지품 검사 시 폭행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드에 의한 소지품 검사 시 폭행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드에 의한 소지품 검사 시 폭행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브 보호관찰관과 상담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브 보호관찰관과 상담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브 보호관찰관과 상담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브 보호관찰관과 상담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브 보호관찰관과 상담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브 보호관찰관과 상담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브 보호관찰관과 상담
영화 &lt;엘리시움&gt; 드로이브 보호관찰관과 상담

 

영화 &lt;엘리시움&gt; 의료용 드로이드가 방사능에 노출된 환자에게 감정없이 진단하는 장면
영화 &lt;엘리시움&gt; 의료용 드로이드가 방사능에 노출된 환자에게 감정없이 진단하는 장면
영화 &lt;엘리시움&gt; 의료용 드로이드가 방사능에 노출된 환자에게 감정없이 진단하는 장면
영화 &lt;엘리시움&gt; 의료용 드로이드가 방사능에 노출된 환자에게 감정없이 진단하는 장면
영화 &lt;엘리시움&gt; 의료용 드로이드가 방사능에 노출된 환자에게 감정없이 진단하는 장면
영화 &lt;엘리시움&gt; 의료용 드로이드가 방사능에 노출된 환자에게 감정없이 진단하는 장면
영화 &lt;엘리시움&gt; 의료용 드로이드가 방사능에 노출된 환자에게 감정없이 진단하는 장면

 

1장 환멸이 인간성 상실을 위협하는 내용을 다뤘다면 7장은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다룬다. 우리나라처럼 한민족이 한 국가를 이루고 있을 때 '민족주의'란 당연한 정체성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가 민족을 중심으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이 사피엔스 종의 역사에서 볼 때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인류는 최초 가족이나 부족 단위로 생활했다. 그러다 힘 있는 개인이 나타나면서 통치를 위해 민족과 국가라는 개념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통치를 위해 맞닥들인 문제는 국가 단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언어, 도량형, 법 같은 것들. 그러나 오늘날의 환경 문제와 핵 전쟁 같은 것은 단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오히려 한 국가에 이득이 되는 것이 다른 여러 국가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시 사피엔스 종으로 돌아가 인류라는 범위 안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이렇게 볼 때 기후변화를 피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하지만 효과를 높이려면 그것들을 전 지구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 기후에 관한 한 국가는 실질적인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이 경우 오히려 국가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의 행동에 좌우된다. 태평양 섬나라인 키리바시가 온실가스 배출을 0까지 줄일 수 있다 해도, 다른 나라들이 따라 하지 않으면 높아지는 파도 속에 국토가 물에 잠길 수 있다. 차드가 전국에 걸쳐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해도, 먼 곳의 이방인들이 무책임한 환경 정책을 편다면 척박한 사막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중국과 일본이 상하이와 홍콩, 도쿄를 홍수나 태풍의 파괴에서 보호하려면 러시아와 미국 정부를 설득해서 '평상시와 다름없는' 접근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

민족주의적 고립은 십중팔구 핵전쟁보다 기후변화의 맥락에서 훨씬 더 위험하다, 전면적인 핵전쟁은 모든 국가를 무차별 파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는 일에서는 모든 국가가 동등한 지분을 갖는다. 반면에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충격은 국가마다 다를 가능성이 크다. 어떤 나라는, 특히 러시하는 실제로 혜택을 누릴 수 도 있다. 러시아는 해안 지대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해수면 상승에 대한 걱정도 중국이나 키리바시보다 덜하다. 기온 상승만 해도 아프리카 차드를 사막으로 바꿔놓을 수 있겠지만, 동시에 시베리아를 세계의 곡창지대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 더욱이 북극 최북단에서 얼음이 녹으면 러시아가 지배하는 북극 항로는 세계 교역의 동맥이 될 수 있고, 캄차카 반도는 싱가포르를 대신해 세계의 교차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 사회 문제를 다룬 뉴스를 보면 국가각 이익을 위해, 소위 강대국들이 약소국에게 해 대는 제재와 압력은 어린이들 싸움 보듯 유치할 지경이다. 학교에서는 약한 친구를 돕고, 서로 협동하며,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가르친다. 비단 우리나라 교육에서만 해당되는 도덕률은 아닐 것이다. '힘 있는 학생은 약한 학생의 것을 마음대로 빼앗거나 약한 학생들 괴롭히면서 놀아도 좋아요. 약한 것이 죄에요.'라고 가르치는 학교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의 입장에선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식으로 가르친다. 민족, 국가, 내 나라를 무엇보다 우선시 한다. 큰 우주에서 봤을 때 지구는 작은 행성에 불과하다. 그 중 인간은 수많은 생물체 중 하나의 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류 중 사피엔스라는 종은 그 역사가 우스울 정도로 짧다. 그 모자란 종이 지구란 행성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자기들끼리 어떤 특성에 따라 담장을 치고 공동의 문제에 눈을 감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웃집 담장이 무너지면 이웃한 우리 집도 도둑이 들기 쉽상이다. 이웃집 담장에 이상이 생기면 서로 알려주고 도와야 우리집도 안전할 수 있다는 자명한 이치를 왜 국가에는 적용하지 못 하는 걸까?

책의 내용이 내 지적 수준에서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위에서 내가 비유를 든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다양한 기술과 사회 분야를 다룬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보다 몇 가지 가능성과 관점으로 통찰력 있게 미래를 집중 분석한 이 책이 개인적으로는 더 큰 울림을 주었다고 자신 있게 추천한다.


21세기의 답은 결국 우리가 찾아야 한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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