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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구 도서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왕구생각 2016. 5. 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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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좋아한다. 소설이 아닌 글을 좋아한다고 한 이유는 그의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들이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고, 이번에 나온 이 책 또한 소설이 아닌 그의 자전적 에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상실의 시대'(지금은 '노르웨이의 숲')를 읽었을 땐, (그 나이에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적인 내용이 나와서였던 것 같은데)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너무 유명했던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뭐라 했던 기억이 난다.(물론 혼자 속으로 느꼈다는 것이지. 지금처럼 블로그나 글에 남기는 따위의 행동이나 누군가와 독서 토론을 하진 않았다. 지금 와서는 오히려 그 점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독서를 등한시한 10년의 15년의 세월을 보내며 30대 중반이 되면서 가족들과 도서관도 자주 가고 책을 조금씩 보고 있는데, 우연히 우리학교 도서관에서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를 보면서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상대에게 수다떠는 듯하면서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니면 어쩔 수 없고'식의 문체를 보면서 나도 '왕구 라디오'라는 블로그를 쓰게 되었다.(자주는 못 쓰고 있어요.) 그리고 그의 소설로 '도쿄 기담집', '1Q84' 등을 읽었고, 이 책을 읽기 전엔 '이윽고 슬픈 외국어'를 읽고 있다가 인근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요청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도서관에 들어왔다는 메세지를 받고 바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궁금했다. 소설가라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 글을 쓰고, 어떻게 해서 소설가가 되었으며, 직장인이 아닌 그들은 평소 어떻게 생활하는지가. 
그에 대한 대답을 이 책은 해 주고 있다. 물론 보편적이거나 대부분이 아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소설가 개인의 삶에 대해서.

각 목차별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삶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목차 구성도 괜찮다. 
1장부터 소설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거라는 소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 위해─무라카미는 어서 링 위로 올라오라고 부추기며─소설가를 포용적인 인종이라 말하고 있고, 2장과 3장은 자신이 소설가가 된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당시의 기분과 태도 그리고 상과 관련지은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덤덤하게 풀어내고 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4장부터 7장이다. 소설(나는 소설보다는 장편의 글이라고 생각했다.)을 쓸 때의 마음가짐(독창성, 소재, 꾸준한 글쓰기로 글쓰기 근육 만들기와 퇴고의 중요성)을 마치 내 앞에서 강의하듯이 풀어내고 있어서 이 부분은 금새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8장부터 10장은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는다. 이 부분이 와 닿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지극히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생각이라고 해야 할까? 학교나 인물,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글쓰기 등 너무 무라카미 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라 공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11장은 무라카미가 이런 적극성도 보이는 사람이네?할 정도로 그가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미국 진출기를 보여주었다. 승승장구하는 모습만 보아서 약간 부러우면서도 샘이 나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12장은 가와이 하야오 선생님이 누군지 몰라서인지 모르겠지만 독자를 위해 썼다기보다 이 책을 내면서 가와이 하야오 선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서 쓴 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기를 읽고 안 내용이지만 이 책도 '이번엔 에세이를 한 편 내야겠어!'하고 마음 먹고 쓴 게 아니라 긴 시간동안 잡지에 연재하거나 중간중간 자신이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 위해 묵혀둔 글이었다. 그렇다. 이렇게 긴 내용을 그리고 그렇게 오래 전 내용을 한 번에 기억해 내서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매일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그만의 글쓰기 습관이 내가 읽었던 그런 좋은 책들을 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거였다. 물론 그에겐 재능이 있었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에서 그런 말을 했다. 소설은 누구나 한 번쯤 마음 먹으면 쓸 수 있는 글이라고. 하지만 소설가를 직업으로 삼으면서 꾸준이 10년, 20년이 지나도록 남아있기란 힘든 거라고. 그런 게 비단 소설가뿐은 아닐 것이다. 매일매일 꾸준히 해서 성과를 내고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내공 있는 삶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책도 한 편으론 그와 관련된 전문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책이어서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나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읽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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