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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구 도서관

브루클린의 소녀

왕구생각 2019. 5.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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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어떤 소설류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적어도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기 전까진.

 

 

기욤 뮈소의 소설은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사건을 소설 속으로 가져와 그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신선한 결말을 이끌어낸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 그 과정 과정이 새로운 의문을 품게 하고 독자로 하여금 한 문장씩 읽어나갈 때마다 문제 해결의 힌트를 찾아내게 하는 기쁨을 맛보게 한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하고 속으로 내지르는 감탄사는 그의 소설을 읽어 본 독자라면 한 번씩 경험했을지 모른다. 얽히고 설킨 문제와 절정에 다다른 긴장감이 해소 될 때의 쾌감은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몇 바퀴씩 회전하는 롤러코스터 못지 않은 재미를 준다. 그래서 나 또한 매년 그의 새 책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의 소설은 대부분엔 사랑과 로맨스가 등장하지만, 그의 소설은 스릴러 위에서 변주된다.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로맨스물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 점 때문에 로맨스가 등장하는 그의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다.

하지만 단순 로맨스가 아니라 로맨스 이면엔 어떤 음모나 해결 되지 않은 과거의 문제 등이 따라오기 때문에 나처럼 그 재미로 읽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브루클린의 소녀>는 납치된 약혼녀를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약혼녀의 과거와 정치적 음모, 두 가지 문제를 소설 속에 잘 녹여냈다. 이 소설을 번역한 양영란은 책 후미에 있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런 표현을 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날실,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에서 여러 해 전에 일어난 미성년자 납치 감금 및 살인이라는 씨실과 맞닥뜨린다.'

우리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한 가지 상황에만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인 자신도 모를 수 있지만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에 둘러싸여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소설가 기욤 뮈소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현실에서조차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날짜와 시간, 장소를 조합해 하나의 사건을 만들었고 그것을 유기적으로 풀어내는 한 편의 글이자 세상을 창조했다.

물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클레어 칼라일'이 풀려나면서 모든 일이 잘 해결되긴 했지만, '태드 코플랜드'에 대한 뒷이야기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일당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르크'가 일으킬 마지막 반전을 노리다가 '태드'에 대한 이야기가 묻힌 건지, 정치적 문제를 언급하기를 꺼렸던 것인지, 그도 아니면 독자의 상상에 맡기기로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볼 일 보고 뒷처리를 안 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소설을 써 보려고 몇 글자 끄적여 본 나로서는 치밀하게 날짜와 시간을 계산해 가며 글을 쓴 기욤 뮈소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허구의 세계라 하지만 개연성이 밑바탕 되어야 독자에게 먹히는 이야기라는 건 글쓰는 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는 걱정거리다. 그 문제를 그는 촘촘하게 엮고 엮어서 실제처럼 받아들이게 하지 않았는가? 

작가에 대한 독자의 비판은 '독자로서'가 아닌 '작가 입장'일 때 그 비판의 칼날이 무뎌진다. 작가가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무능과 더불어 겸손해지기 때문이다.

 

난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스릴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범죄가 아니더라도) 작가가 설정해 놓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예측이 나를 흥분시킨다는 것을 기욤 뮈소를 통해 알게 됐다.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금 쓰고 있는 나의 졸작도 (읽는 이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독자들에게 그런 기대감과 흥분감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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