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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인가...
계획서 와 보고서 를 많이 써야 하는 업무를 맡았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 전까지는 전임자가 결재 받았던 (어쩌면 그 전임자도 그 전 전임자로부터 물려받은) 문서를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비법처럼 다뤘다. 정해진 틀은 물론이거니와 내용도 당해 년도로 날짜만 바꾸어 사용하면서 '아~ 수고했어.'라고 스스로를 칭찬히기에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이름 세 글자가 적혀 있는 문서가 이렇게 자존심도 정체성도 없이 세상에 뿌려지고 있다(는 생각은 조금 오버지만, 공공기관 기안문은 대국민 공개이니 틀린말도 아니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직장인이든 그렇겠지만 계획서, 회의록, 보고서, 품의서가 대부분이다. 회의록과 품의서는 사실 위주의, 형식이 정해진 문서로 큰 문제가 없지만 계획서와 보고서는 작성자의 생각이 정리된 문서여야 한다. 그것도 그 분(내 위의 상사)의 머리속에서 'OK'라고 인정할 만한 순서로. 이렇게 대충은 내가 뭘 해야 하는지는 감이 잡혔지만,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막막해 하다가 <기획의 정석>을 통해 박신영 이라는 훌륭한 선생님이자 저자를 만나게 됐다.
그저 딱딱하고 어렵기만 하던 기획서(계획서)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쉽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사실 그 전에도 글쓰기나 여러 기획서 작성을 알려주는 책을 여러 권 읽어봤지만 <기획의 정석>처럼 잘 읽히면서 적용하기 쉬운 책은 드물었다. 더욱이 우리가 작성하는 기획서와 보고서는 문학 작품이 아니라 '그 분'의 OK를 통해 조금이라도 우리의 퇴근 시간와 저녁 시간을 확보해 주는 애증의 산물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기획서의 목적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걸 왜 쓰고 있는지 알고 쓰는 것도 중요하다.
<기획의 정석>은 단순히 이렇게 써라 하고 강요하지 않아서 더 끌린다. 기획서 작성에 뇌 과학을 끓어들인다. 버니스 메카시라는 교육학 박사의 4MAT 이론을 토대로 '누구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기획서를 쓰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4MAT는 [Why(왜 해야 하는데?) → What(그래서 뭐 하면 되는데?) → How(그건 어떻게 하면 되는데?) → If(그런데 그거 꼭 해야 돼?)]라고 묻는 과정이다. 이 4단계를 거치면 인간의 뇌는 학습이 효율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이 4단계를 우리는 기획서에서 필요성과 목적, 목표, 세부 추진 방법, 기대되는 효과로 치환해 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의 시발점은 Why다. 왜 해야 하는지를 밝히기 위해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약을 팔기 전에 질병을 팔아라.
박신영, <기획의 정석>, 세종서적(2013), P.55
'현재 네(우리)가 안 되고 있는 부분이 이것(질병)이니 이런 약(기획안의 이 방법)을 이렇게 해서(방법) 먹으면 깨끗이 나을 수 있어(기대되는 효과)'식으로 전개하기 위해서 우리는 병을 팔아야 한다. 어찌보면 매번 비슷비슷한 계획서와 보고서를 다루면서도 이걸 깨닫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 아둔함과 이제라도 개안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문장이었다.
기획의 정석으로 어느 정도 업무용 문서를 만드는 데 자신감이 붙은 나는 '박신영'이라는 사람의 책을 찾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팬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후속작으로 <기획의 정석 실전편, 제안서의 정석>과 <한 장 보고서의 정석>이 나온 걸 알고 두 권 모두 순식간이 읽고, 정리했다.
<기획의 정석 실전편, 제안서의 정석>은 말 그대로 실전에서 써 먹을 수 있는 PPT 제작 방법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기획의 정석>을 읽은 독자가 본다면 더 쉽게 읽히겠지만, 안 읽은 상태에서도 이해하는 데 아무 문제 없도록 중간중간 <기획의 정석>의 중요 내용을 요약해서 넣어두고 있다. 특히나 PPT를 준비해야 하는 이들에게 쉬우면서도 먹히는 PPT 제작 노하우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PPT 똥멍청이도 중간 이상급의 PPT를 만들 수 있다고 (내가) 확신한다. 이렇게 확신하는 근거는 '기획 스쿨'에서 책에 나온 PPT 소스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 소스를 이용해서 조금만 수정한다면 디자안과 색깔, 구도를 잡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양질의 PPT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기획 스쿨 바로 가기 >
'정석' 시리즈의 마지막은 <한 장 보고서의 정석>이다. 예전에 <토요타에서 배운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하는 기술>을 왕구 도서관에 남긴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문서란 '업무 진행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되는 계기가 됐는데, <한 장 보고서의 정석>에도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서도 <토요타에서 배운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하는 기술>은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장 보고서의 정석>에서는 보고의 상황을 분류하여 각 상황에 맞는 구조를 예시로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서 더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정석' 시리즈에는 도움이 될 만한 양식과 구조도가 예시로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고, 적용하기도 편리하다. 다만 저작권이 '기획 스쿨'에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언급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안타까운 마음을 대신해 '정석' 시리즈 <기획의 정석>, <기획의 정석 실전편, 제안서의 정석>, <한 장 보고서의 정석>을 모두 읽어보시길 깊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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