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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학교 운영 토론 촉진 지원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자, 담임교사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요청한 내용이 바로 '학부모 함께 만드는 학기초 학급 운영 설계'였다.


예전엔 담임을 맡았을 때 3월 전에 우리 반 학급 운영 계획을 (나 혼자) 여러 번 뜯어고쳐가며 열심히 만들었다. 나는 우리 반 학생들을 1년 동안 이끌고 가야 하는 선장이었으며, 학부모님들과는 각각의 자녀에 대한 학교 생활을 '통지'해 주고 다시 피드백을 받아 다시 학급 운영을 하는 소통을 하는 척하는 1인―당연히 나― 주도의 교사였다.


그러나 25명이 넘는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인 학급은 군대처럼 Top-Down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정말 군대처럼 생활하는 곳이 될지도 모른다. 

솔직히 예전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25명을 제한된 시간 안에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게 할 것이며, 자유를 주었다간 어느 하나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무능함에서 비롯된 비겁함이 효율성과 안전이라는 가치로 둔갑하여 학급 운영 방식을 결정지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급에서 교사는 1명이지만 학생은 다수다. 그리고 학생을 학교에 보낸 학부모도 학교에 있는 건 아니지만 학생 못지 않게 학급 운영에 관심이 많은 주체다. 때문에 교사가 일방통행식으로 학급 운영을 하는 것은 다수의 생각을 무시하고(혹은 귀를 닫고) 폭주하는 기관차라고 할 수 있다. 그 기관차가 바른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간다면 크게 나쁠 건 없다. 하지만 그 기관차에 탄 승객의 요구를 들러주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도 분명히 있다. 그것이 완행일지라도 말이다. 교사 혼자 결정한 방식으로 학급을 운영하든, 학생-학부모와 의견을 나누고 학급은 운영하든 학교라는 조직은 그 존재의 목적 때문에 도착점은 같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즐겁고, 안전하게, 사이좋게 공부하는 것.(실제로 어느 곳에서 이 토론 촉진 활동을 해도 학급 운영 비전은 비슷한 내용으로 수렴되었다.) 그렇다면 굳이 1인 독재체재일 필요가 있을까? 

'아이들은 어리숙하며 자신들에게 편리하고 귀찮은 것은 피하려고만 할 것이다.', '학생이나 학부모 개개인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다 보면 그 내용이 제각각이라서 학급 운영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라는 의심과 걱정, 우려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 보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시도해 보지 않았던 방식에 대해선 머리속으로 걱정과 의심을 한 보따리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결국 경험하고 나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설이 길었다. 

담임교사들의 그런 의심과 걱정, 우려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이런 방법을 제안한다. 

"교사와 학부모(학생)가 함께 하는 학기초 학급 모임 방법"



















2018년말 몇몇 학교에서 토론 촉진을 해 본 결과 상당수의 교사들의 마음에 들어했으며, 적용할 의지를 내비쳤다.(아직 2019학년도가 되지 않아 그 결과와 만족도를 확인해 보지 못 했다.) 


20명이 넘는 조직이 한 방향으로 함께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조직이 비전을 공유하고, 비전에 대한 실천 방법도 제안하고 공유하면서 진로 방향에 생기는 장애물을 극복한다면, 그 조직은 비전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지 않을까? 개인은 실체가 있지만 학급은 개인이 모여 만들어진 추상적인 조직이다. 추상적인 조직체를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학급으로 만들기 위해선 학급에도 영혼을 불어넣어주어야 한다. 나는 학급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학급의 영혼이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생각해 낸 학급의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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