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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ged 무슨 뜻인지 알았던 사람?

예전에 이적이 만든 프로젝트 밴드 이름이 긱스(Gigs)라 들어는 봤는데, 무슨 뜻인지는 찾아보질 않았다. 

네이버 영어 사전에서 찾아보니 가수 이적이 몸 담았던 밴드의 이름은 1번의 공연을 뜻 하는 것 같고, 내가 읽은 이 책의 제목은 2번 임시로 하는 일이 맞는 것 같다. 임시로 일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 경제의 트렌드가 된다?! 나는 문과였지만 문송하게도 솔직히 책을 읽기 전까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예전 <유엔미래보고서>(바뀐 서명은 <세계미래보고서>)에서 2050년의 미래를 예측할 때, 한 직장에 오랫동안 몸 담고 있는 소위 말하는 정규직이 사라질 거라는 내용이 있었다. 대신 그때 그때 필요한 일에 역량이 되는 사람이 모여서 일을 처리하는 단발성 프로젝트 직업이 생길 거라고 했었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이 일에 필요한 기능을 학습하기 위한 마이크로 칼리지가 성행할 거.

마이크로 칼리지라고 하니까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나 한 때 내가 공부 좀 할까 하는 마음을 갖게 했던 생활코딩(https://www.opentutorials.org)이 떠올랐다. 이미 우리 주변에 저렴한 가격으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제대로 찾지 않았거나 그럴 여유가 없었을 수 있지만)

 

 

이 책은 저자가 긱 경제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관찰한 바와 그 관련자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기자이면서 이러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다행이도 긱 경제의 밝은 면과 암울한 면을 골고루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핵심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책 표지에 첫 줄에도 그 질문이 박혀 있는데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

긱 경제는 경제적 자유와 유연성, 독립성을 주는 새로운 방향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또 다른 착취 수단인가?

위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지금 긱 경제에서 지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과 그 기업을 쫓아 후발주자로 나섰다가 어느 순간 사그러들었거나 사업 방법을 변형한 여러 업체를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교통 서비스 업체) 우버와 (상가 및 사업체 전문 청소 업체) 매니지드바이큐, (또 다른 청소 업체이지만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핸디, (특정 소프트웨어 제작을 위해 전문 프로그래머를 임시로 기용하는) 긱스터, (일자리를 찾는 방법을 교육하는) 사마스쿨 등이다.

 

처음에 우버를 포한한 여러 긱 경제 업체가 표방한 것은 가히 유토피아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공산당선언이 나왔을 때도 사람들은 이렇게 환호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 묶여 자신의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 하는 노동자들을 독립계약자, 즉 독립사업자로 취급해 주면서 시간의 유동성과 독립성, 자유로움을 준다고 선전한다. 정말 좋아 보인다.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을 때, 급하게 가정사을 챙겨야 할 때, 자기 계발을 위해 시간을 투자고 하고 싶을 때, 회사에 묶여 있는 우리는 모두 경제적 자유와 함께 시간의 자유를 강력히 희구한다. 하지만 우리 몸이 매여 있는 직장은 우리에게 유급 휴가와 병가, 4대 보험을 제공해 주며, 퇴직할 때는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금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긱 경제 업체는 자유와 독립성으로 이 모든 혜택을 가렸다. 몸이 성할 때는 정규직에서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소속 없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하는 긱 경제 독립계약자들은 그 모든 것이 아쉽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우버나 청소 서비스 제공 업체에 독립 계약자로 등록한 사람들은 특정한 기술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나 제약 없이 우버나 청소 서비스 업체에 독립 계약자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 시간에 공급이 과잉 되면 당연히 수요는 줄어들든지 노동에 대한 비용이 줄어들기 마련이니 그런 특정 기술이 없는 독립 계약자들은 긱 경제 관리자의 사탕발림 같은 말에 넘어가 그 동안 누렸던 복지 혜택을 날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특별한 기술이 있는 사람에게는 긱 경제가 어떻게 작용할까? 이 책에도 소개 되고 있는 인물 중 커티스란 사람은 유능한 프로그래머다. 회사에 묶여 있을 때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서 자신의 업무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남아 있어야 했다.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았다. 그러나 시간이 남는 걸 견딜 수 없어서 간단한 게임을 코딩하며 시간을 때우기고 있다가 긱스터를 만나 프로젝트를 할당받고, 남는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냈다. 커티스처럼 고급 기술을 연마한 노동자는 많지 않다. 우버 기사나 청소 용역 인부처럼 공급이 폭발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요도 적절하고, 오히려 독립 계약자가 비용이 높은 프로젝트를 골라서 일을 할 수 있다. 긱 경제가 주장하는 독립성, 유연성, 자유로움에 딱 들어맞지 않는가?

 

하긴 세계미래보고서를 읽었을 때도 나는 커티스의 경우만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뭔가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직종. 아무래도 미래에 대한 내용이니까 예를 들면,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 같은 직종. 하지만 미래에도 청소나 운전은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 어쩌먼 청소나 운전 같은 일은 로봇으로 대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단순 작업 알고리즘을 인간이 대신 처리해주는 아마존의 하위 업체인 메커니컬터크는 조만간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거기에 소속된 노동자들을 로봇으로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그런 고급 노동자만 생존이 가능할까? 

지금과 각종 분야에서 땀흘리며 일하고 있는 여러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저자는 이런 암울할지도 모를 걱정을 과거 산업혁명 당시의 노동과 경제 제도에서 찾으려고 했다. 산업혁명으로 도시로 노동자가 몰리자 고용주는 과잉 공급된 노동 인력을 함부로 대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는 기본이고, 복지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노동자를 인간이 아닌 생산수단의 하나로 여겼을 때다. 그러다 인권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노동자의 권리가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자 법으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복지법안을 발의하기 시작함으로써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또 다시 경제적, 제도적 아노미 상태에 처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미 시작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비겁하고, 퇴보하는 길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의식주의 기본 제공은 필수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인권의 기본이다. 인권이라는 대전제 아래에서 노동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지는 이제 정책가들에게 공이 넘어가야 할 것 같다. 탁상공론을 일삼고 로비스트에 넘어가는 팔랑귀 정치인이 아닌 제대로 공부하고 노동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정치인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사회 현상을 과학적인 시각에서, 어느 한 쪽으로 쏠림 없이 글을 써 준 저자 새러 케슬러에게도 감사를 드리며, 생각 없이 살았던 나를 반성하게 해 준, 큰 울림을 준 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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