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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6.10 항쟁 기념일이었다.

휴직을 하고 있으니 날짜 감각이 둔해지고 있어서 모르고 있다가 저녁 때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영화 <1987>이 나오는 걸 보고 "오늘이 6.10 민주 항쟁 기념일이구나"했다.

1987년이면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다.

그 해 있었던 일 중 내가 기억하는 건 정말 편린에 불과하다.

입학식인지 입학 전인지 담임 선생님 이름을 듣고 "와! 나랑 성이 같네요."라고 말했다가 어머니한테 야단을 맞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게 왜 야단 맞아야 할 일인진 아직까지 미스테리다. 내가 기억하지 못 하는 뭔가가 있었나?)

또 1학년 받아쓰기 시험을 보다가 40점을 맞고 엄청 혼났던 일.

(예능에서 받아쓰기 못 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난 이해한다.)

​그리고 여름에 친척 결혼식에 갔다가 최루탄 가스를 맡았던 일이다.

그게 6.10 항쟁이라는 건 중학생이 되서야 알았다.

(지금 찾아보니 1987.6.10.은 수요일인데, 결혼식에 갔던 거니까 정확히 6.10일은 아니었나 보다)

당시만 해도 결혼식 피로여은 뷔페가 아니라 국수나 갈비탕이었는데, 내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밖에 나가서 음료수를 마시다 소란스러운 광경을 봤던 게 기억난다.

한쪽에선 어른들이 돌과 유리병을 던지며 뒤로 물러났고, 다른 한쪽에선 제복을 입은 (그땐 그게 경찰인지 군인인지 몰랐으니까) 사람들이 방패에 헬멧까지 착용하고 조금씩 진군해 왔다.

그 모습이 무서웠서 다시 건물로 들어갔는데, 메케한 냄새도 나를 따라 왔다.

눈이 따가워 눈물이 났고 한여름인데도 콧물이 나왔다.

그게 CS탄, 일명 최루탄이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는데 군대에서 화생방 교육 때 사용한다는 걸 알았을 땐 정말이지 군대에 가서 화생방 교육은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복을 입은 동안 총 5번이나 가스실에 들어갔었다.)

6월 항쟁의 한 단면을 기억하는 내게 영화 <1987>은 내 주변에서 일어났을지 모를 만한 일을 보여주는 시대극이자 생활극이고 역사극이다.

작년에도 이 영화를 봤던 것 같은데 이번에 볼 때는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성에 주목하게 됐다.

요즘 같아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는 일을 그 당시엔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조직의 권력, 이념의 수호라는 기치를 내세워 사람에게 가하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지 그 잔인성이 무서웠다.

​아마 그때 고문을 자행하고 인간 사냥을 다닌 경찰들도 지금은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고 말하겠지.

살아보니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더라.

잘못된 행동에 대해 시간이 지나 자기 행동을 뒤돌아보면  부끄럽고, 후회되고, 자책할 수 있지만 어떤 상황 속에 들어 있을 때는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근 학창시절의 무절제함과 저렴한 인성으로 학교폭력을 가했다가 연예계에서 퇴출 당하는 연예인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땐 몰랐겠지? 그땐 다 자기 세상인 줄 알았겠지.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영화 <암살>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정재의 대사가 그래서 난 다른 의미로 와 닿았다.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 줄 몰랐으니까... 알면 그랬겠나?"

알면 그랬겠나? 아니!

이렇게 묻고 싶다.

몰랐다고 그래서야 되겠나? 

그래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이상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개개인의 올바른 정신 능력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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