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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구 라디오

한계인가? 게으름인가?

왕구생각 2016. 6. 2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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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면서 그 때의 분위기나 기분에 맞춰 즉흥적으로 노래를 변형해 부르는 사람보고 '박자를 갖고 논다.'라고 한다. 그 만큼 그 노래에 익숙하고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 표현도 제 멋을 살려 부를 수 있는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에서는? 주변에─실제 주변은 아니고 SNS나 작가들을─ 보면 '와~ 멋지다!'라고 할 만한 글솜씨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소설가나 말과 글 모두에서 논리적이고 우리글다운 글을 쓰는 작가, 그리고 같은 교사이면서도 꾸준히 수업과 교육연구에 관해 글을 올리는 여러 선생님들 모두 훌륭한 분들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부럽다는 아니다. 부러운 건 왠지 나한테는 그런 능력이 결여되서 수동적인 느낌이 든다.) 그런 훌륭한 글을 쓰기까지 모르긴 몰라도 많은 글을 읽고, 생각하고, 다양하게 써 봤을 것이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글쓰기는 그 때 그 때의 느낌 혹은 그 분(?)이 오셨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느낌이 지금까지도 종종 이어져서 문제다.) 그래서 가끔 교내외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받았던 터라 40이 다 돼 가는 이맘때까지 글쓰기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하고 살았다. 그러던 중 (진짜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글쓰기'라는 분야에 필이 꽂히면서 책 몇 권을 읽었더니 내가 썼던 글은 뭐 글이라고 내놓기 부끄러운 글들이었다. 글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글을 쓰기까지의 과정이 한량 같다고 해야 하나?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 같은 건 하지도 않고 (잘난 것도 없으면서) 한 번에 써 내지른 다음 뒤도 안 돌아보고 "나 이런 거 썼으니 읽어들 보시게나"하는 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한심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 다음 생각을 조직하고서 알맞은 어휘를 선택하여 한 글자 한 글자 새겨 넣는 고차원적인 행위다. 그런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사고 과정의 결과물을 남들이 보기에 훌륭하게 해 낸 사람들은 읽고, 생각하고, 쓰기를 반복해서 습관화시킨 사람들인 것이다. 그래서 존경스럽다는 거다.

나도 무라카미와 유시민의 책을 읽고 쓰기를 하루에 30분씩이라도 해 보려고 노력(만, 아니 생각만) 해 봤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주변에 있는 아무거나(풍경, 사람, 감정, 사건 등) 글로 써 보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막상 하려고 하면 쉽지가 않다. 시작은 어떻게 하고 끝은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그냥 질러버리면 될까?) 그리고 과연 이게 글이 될까?라는 걱정부터 앞 선다. 특히나 요즘 읽고 있는 송숙희의 '진정한 리더는 직접 쓰고, 직접 말한다'를 보면 더욱 글이란 게 (독자에 대한 배려 없이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글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들어서 점점 소심해 지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수업, 도서, 삶에 대한 단상들을 적기 시작할 때는 이런 어려움과 두려움이 없이 시작했다. '나 나름대로 잘 하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내 능력은 여끼까진가?라는 한계에 부치는 생각도 들고, 아니면 내가 관심 있다고 떠벌리고만 다녔지 게을러서 너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나?라는 자책으로 지금은 블로그 포스팅 하기도 망설여진다. 뭐든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하는 시작 단계의 흥미와 '이거 괜찮은데?'라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있다. 영재를 판별할 때도 그렇지 않은가? 누구나 낮은 수준의 과제를 수행할 때는 누구나 몰입이 쉽고 해결을 쉽게 하지만, 자신의 수준보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접할 때도 몰입과 집중력이 지속되면서 문제 해결력이 있는 경우 우리는 그를 영재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지금 쉬운 단계에 머물러 있다가 흥미와 집중력이 다했고, 이제 조금 레벨업 하려는 순간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정말 한계인지, 게으름인지는 지속성을 갖고 해 보는 수밖에 없다. 나의 고질적인 조급성을 떨쳐버리고 장 담그듯이 해 봐야지.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행동을 해야지. 혹시 아나? 정말 나도 어떤 부분에서 달인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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