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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구 라디오

꿈 옮겨 적기

왕구생각 2019. 5. 2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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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쉬운 꿈을 꾸었다. 

꿈 내용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꿈을 꾸고 제대로 기억을 못하는 기분을 아시는지?

 

어제 밤엔 짤막한 글 하나를 쓰고 다듬느라 평소보다 좀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다음 날이 조금 일찍 일어나야 되는 상황이라 늦게 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글을 한 편 완성해서 흡족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늦은 시간에 잠이 들면 자주 안 깨고 스트레이트로 잠을 자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어제는 2시간마다 잠에서 깨 시간을 확인했던 것 같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다행인 것은 꿈 속에서 내가 읽어본 것인지, 내가 쓰려고 메모해 놓은 것인지 기억이 잘 안 나는 내용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그 속에 주인공도 아니었고 그냥 단순히 꿈을 관찰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그 꿈 내용이 너무나 개연성 있게 잘 짜여 있어서 "와! 대박!"이라면서 눈을 떴다.

 

핸드폰을 들고 메모장 앱을 열어 그런 내용을 내가 적은 적이 있는지 검색해 봤다.

없었다.

또 내가 읽었던 소설 중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도 기억을 더듬었다.

없었다.

(내가 스릴러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런 내용은 아직 안 읽었던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분명했다. 

"이 내용으로 소설을 써야 한다."라는 생각이 어설프게 깬 잠을 확실히 깨워주었다.

노트북을 열어 바로 메모장 앱을 열고 꿈에서 본 줄거리를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시작하는 한 문장을 쓰자 기억이 사라졌다. 

꿈에서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편의상 A, B, C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화근이었는지, 미천한 내 실력으로 이미지 덩어리인 꿈을 글로 풀려고 하다보니 능력에 한계를 느껴 해마가 기억을 차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제 꿈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적이 몇 번 있었다. 

꿈을 꾸다 좋은 생각이 나서 그 아이디어를 기억하기 위해 머리맡에 수첩을 두고 자긴 했는데, 글씨를 쓰기 위해 불을 켜고 눈을 비빈 후 연필을 들면 생각이 잘 안 나는 경우 말이다. 

단편적인 이미지 조각들이 아직 머릿속을 떠돌아 다니고 있긴 하지만 좀처럼 조합이 되질 않는다.

너무 아쉽다.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인 13집 <Let it be>의 수록곡 'Let it be'는 폴 메카트니가 꿈에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쓴 곡이다.

비틀즈 멤버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데로 깊어지자 좌절하고 있던 폴 메카트니의 꿈에서 어머니가 등장해서 위로를 해 준다.

"다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그냥 놔 둬."라는 어머니의 메세지.

너무도 사실적인 꿈, 그 위안이 힘이 되어 폴 메카트니는 잠을 깨고 바로 곡을 썼다.

그 곡이 바로 우리 말로 번역하면 '그대로 둬'라는 뜻인 <Let it be>다.

 

꿈을 꾸다 보면 가끔 현실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쉽게 해결된다. '꿈이니까'라고 단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온 몸의 근육이 이완된 상태에서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눈을 뜬 상태에서 해 내지 못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그 해결책을 침대에 누워 있을 때만이 아니라 걷고 앉아 있을 때도 효과를 발휘해야 하는데, 아직 나한테는 그 기회가 좀처럼 쉽게 닿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꿈을 기억하려고 한 문장만 써 놓고 여백으로 채운 나머지 부분이 귀살스럽게 한다. 

다시 똑같은 꿈을 꿀 수 있겠지? 그럼 다시 잠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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