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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오랜만에 읽은 내용을 남겨 본다.

​예전에는 읽으면 감상이나 알게 된 내용을 남겼는데, 그게 오히려 블로그 쓰기를 귀찮게 만들었다. 읽기는 쓰기에 비해 노력이 적게 드는 활동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때나 하게 되는데, 쓰기는 좀처럼 마음 먹지 않으면 동하지 않는다. 나만 그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류의 인간은 아니겠지만, 뭔가를 쓰겠다고 여기저기 선언하고 다닌 '꼴'이 이제는 뒤에 '값'이란 글자가 붙어버릴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창작이란 걸 해 보겠다고 생업까지 미뤄뒀으니 블로그에 신경 쓸 겨를 같은 게 있었을 리 만무하다.

곧 생업으로 돌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나 자신과 타협점을 찾기로 했다. 남이 와서 볼 수 있는 블로그지만 블로그만큼은 내가 뭔가를 기록하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한 거다.

예전에는 노트에 정서하듯 블로그를 쓸 때 개요에 맞춰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조차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 블로그에 들어갈 때 문체 같은 건 신경쓰지 않는데, 남들이 잘 찾아오지도 않는 내 블로그에 뭣하러 그런 쓸데없는 것까지 신경을 썼을까? 반성한다.

대신 일기를 쓰듯(물론 일기는 따로 쓰고 있지만) 자주 남겨 볼 생각이다. (솔직히 이 또한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괜히 과학 관련 서적이 읽고 싶어져서 도서관자연과학 서적이 꽂혀 있는 500번대 서가에 들어가서 무작정 책들 뒤졌다. 마음에 꽂히는 책이 나올 때까지.

쉽게 고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마음 내키는 대로 고르는 것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러다 찾은 책이 이 책이다.

​마크 미오도닉, <사소한 것들의 과학(물건에 집작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재료공학자인 저자가 자기 아파트 옥상에서 차를 마시는 장면이 매 챕터 표지 화면으로 잡힌다. 대신 저자 주변에 보이는 여러 물건들이 해당 챕터의 주제이자 소재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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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불굴의: 강철 steel

2장 미더운: 종이 paper

3장 기초적인: 콘크리트 concrete

4장 맛있는: 초콜릿 chocolate

5장 경탄할 만한: 거품 foam

6장 상상력이 풍부한: 플라스틱 plastic

7장 보이지 않는: 유리 glass

8장 부서지지 않는: 흑연 graphite

9장 세련된: 자기 porcelain

10장 불멸의: 생체재료 implant


거품이라고 제목이 붙여진 foam은 에어로겔로 한 번도 본 적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물질이었다. 그래서 그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수분을 잔뜩 머금은 젤리를 진공 상태에서 수분을 기화시켜 수분을 가두고 있던 틀만 남긴다. 그러면 그 안에 공기가 들어차게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 된다. 그 특성 중 하나가 방열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우면서 얇은 그 물질은 내부의 공기층 때문에 바깥쪽과 안쪽의 열을 제대로 분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중 유리처럼. 하지만 부서지기 쉬우며 만들기 어려운 만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상적인 용도로 사용은 힘들다고 한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런 재료가 있다는 것 또한 몰랐겠지. 새로운 걸 알게 되서 즐겁다.

다음은 저자가 그래핀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은드레 가임 교수를 만나면서 설명하는 흑연 graphite다.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똑같이 탄소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완전한 입방체로 결정 구조가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는 전자의 이동이 불가능해 전기가 통하지 않음과 동시에 내부로 빛이 통과하는 반면, 흑연은 여러 층의 평면 육각형으로 결정이 만들어져 전자가 이동할 수 있다. 에디슨이 만든 초창기 전구의 필라멘트가 흑연이었다는 점에서 전기도 잘 통하고 열이 가해지만 밝은 빛을 낸다는 점 등 말이다. 그런데 그래핀은 처음 들었다. 간단히 말하면 흑연을 정밀하게 한 층씩 벗겨내 완전한 단층짜리 분자 구조로 만들면 그래핀이 되는 것이다. 그래핀은 세상에서 가장 얇고 가장 강하며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알려진 다른 어떤 물질보다 열을 빨리 전달하고, 전기를 더 많이 그리고 빨리 나르며 저항은 더 적게 받는다. 극단적으로 얇은 성질, 투명한, 강함 그리고 전기적 성질을 보이는 이 물질은 미래의 터치 인터페이스를 위한 재료가 될지 모른다고 저자는 밝혔다. 이런 게 신소잰가. 아니면 흑연에서 나온 물질이니 가공된 소재일까. 아무튼 이 또한 내가 몰랐던 분야였다.

책 읽는 건 좋아하지만 나는 책을 상당히 느리게 읽는 편이다. 예전엔 느리게 읽는 속도가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냥 읽기로. 어떻게든 읽으면 읽은 거니까. 

이 책에 나온 여러 재료들이 우리 주변에 있지만 누가 더 좋고 효율적인지 자랑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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