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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의도는 인간관계였으나) 또 심리학 관련 책을 읽었다.
지난 번엔 누군가를 생각하며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에 대해 읽었는데, 이번엔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다른 사람과 섞이는 걸 별로 원하지 않는 내 성격, 성향에 딱 들어맞는 제목인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를 읽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선천적인 회피형 애착 성향은 어쩔 수 없지만 후천적으로 형성된 회피형 성향은 자신의 주체성 회복을 위해서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그래서 이 책은 한 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우선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하는 '회피형 인간'은 친밀한 신뢰 관계와 그에 따른 지속적인 책임을 피한다는 가장 큰 특징을 갖는다. 친밀한 신뢰 관계란 지속적인 책임과 결부되어 있다. 하지만 회피형 인간은 그것을 성가시다고 생각한다. 심한 경우 결혼, 양육과 같이 뭔가를 지속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사랑의 열정조차 차갑게 식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친밀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는 사회 적응 전략을 세운다.
이런 성향을 보면서 '난 회식을 싫어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리는 데다, 잘 알고 지내는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연락을 잘 안 하는 편인데'라고 생각하며, 나도 회피형 인간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는 현대 사회로 갈수록 이런 인간 성향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와 같은 인간을 인류의 새로운 종으로까지 보고 있다. 특히 포유류라는 한 종으로서의 인간이 부모-자식 간의 애착 시스템을 무시하고, 산업화와 정보화, 매체의 발달을 빌미로 갓 태어난 아기가 신생아실에서 엄마와 떨어져 지내며, 다른 포유 동물과 달리 젖 물리는 기간이 짧은 데다, 양육하는 동안 부모는 아이와 눈을 마주하며 공감과 반응의 눈길을 보내기 보다 TV, 컴퓨터,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는 현실을 씁쓸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회피형 인간은 점점 많아지고, 세대를 거듭할 수록 인간이란 종은 개체수가 줄어들어 인류의 멸망까지 올 수 있다는 너무 멀고도 극단적인 우려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가 밝힌 대로 이 책을 쓴 목적은 인류의 종족 보존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 만연한 이 회피형 인간들이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는 생존법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회피형 성형을 가진 인간들은 '어차피 난 안 돼.', '지난 번에도 실패했는데', '내가 뭘 잘 할 수 있겠어?'라며 부정적인 결과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어떤 도전이나 시도를 하기도 전에 아예 그 상황을 피해버린다.(사실 나도 그런 편이다.) 하지만 저자가 글의 마지막에 썼듯이 인간 생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이것은 누구도 바꿀 수 없다. 때문에 회피형 인간들의 사고 대로라면 우리 인간의 삶은 항상 패배고, 어쩔 수 없는 죽음 때문에 회의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음이 아닌 자신에게 당면한 문제가 도전하고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인간의 삶을 인간답고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같이 회피형인 인간은 문제를 피하고 숨으려는 성향을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와 문제와 마주하고('결국 그 문제는 길게 봤을 때 아무것도 아니었잖아.'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와야 한다. 인간의 성향을 그렇게 말 한 마디로 바꾸긴 쉽지 않겠지만 자신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머리, 마음, 몸으로 받아들여(Mindfulness 요법) 내가 가진 문제는 삶에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겠다. (이 또한 말로만?)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변화나 문제 상황을 피하려고만 했던 내 자신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도전과 시도를 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책 부록에 실린 애착 성향 진단 테스트를 해 본 결과, 나는 생각대로 회피형 성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났지만 다행히도 안정형 점수도 높게 나와 '회피-안정형' 유형을 보였다. 회피-안정형은 회피형이 강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력이 있는 유형으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살면서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생각하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고 왕구 도서관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