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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구 도서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왕구생각 2016. 3. 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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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래에 읽은 책 중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주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최고의 책이다. 
너무나도 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삶의 끝에 섰을 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두 가지 질문이 이 책을 견인한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생명의 연장이냐? 아니면 인간다운 삶을 살다가 맞는 '죽음'이냐?

저자는 강조하진 않았지만 계속 해서 말한다. 우리의 삶은 끝이 있고, 우리는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이 다가올 때 의학과 기술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생명을 연장하고자 한다. 그리고 (환자가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남은 가족들도 환자를 생각해서라기보다 도덕적 비난을 피하고 가족으로서의 책무를 다 했다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의사에게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 달라며 비통한 목소리로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 의사는 환자나 가족의 요구대로 기도 삽관을 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수술을 감행하고, 수술에서 깨어난 환자가 움직이진 못하더라도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로 숨을 쉴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이것이 의사로서 여러 죽어가는 환자를 바라본 저자가 말하는 요즘의 현실이다.
그렇지 않은 의사도 있겠지만, 의사는 환자의 병을 고쳐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진료를 한다. 사실 그 바깥 사정까지 고려하기를 우리들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불편하다고 하는 부분만 개선해 주면 될 뿐이지, 죽음을 앞둔 환자가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짓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툴 가완디는 자신이 치료했던 여러 환자들과 자신의 아버지를 사례로 들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너무 생생하면서도 온화하게 풀어놓고 있다. 
죽음을 앞두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움직인다. 하지만 죽음에 가까워 오면 자신에게 소중했던 것을 살피며, 꼭 필요한 일들만 생각하게 된다. 관점이 좁아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걸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이다.

책에는 호스피스 병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그 전까지 내가 알고 있는 호스피스의 개념은 정말 시설적인 측면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젊든 어리든, 죽음을 앞둔 사람이든 자신만의 사생활과 자신만의 익숙한 공간이 인간다움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점 또한 깨달았다. 단순히 요양이랍시고 시설 좋은 곳에서 노후를 보내면 삶을 마치는 것이 죽음을 기다리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특히 이 책을 색시와 함께 읽으면서 우리 노후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과 사례를 토대로 쓰여져 글에서 진실성이 느껴지고 신뢰가 간다.
처음 읽을 땐 잘 몰랐는데, 이 책의 목차는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 같다.
1. 독립적인 삶 / 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2. 무너짐 / 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3. 의존 /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다.
4. 도움 /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다.
5. 더 나은 삶 / 누구나 마지막까지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6. 내려놓기 / 인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7. 어려운 대화 / 두렵지만 꼭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
8. 용기 /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순간

삶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끝을 매듭짓기 위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게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가치라고 할까? ^^
삶의 마지막인 죽음을 진지하게 준비할 수 있게 해 준 아툴 가완디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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