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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구 도서관

아가씨와 밤

왕구생각 2019. 6. 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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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대출 예약 한 달을 기다려 기욤 뮈소의 신작 <아가씨와 밤>을 읽게 됐다.

지금껏 그가 출간하는 소설들은 내 취향과 딱 맞아들어 나는 그가 쓴 소설은 거의 다 읽어 봤다.

이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난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아가씨와 밤>도 소재부터 흥미로웠다.

소설가로 성공한 주인공 토마는 고교 시절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 동급생 빙카를 위해 한 남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그 사체를 건축 중인 체육관 벽에 콘크리트와 함께 묻어버린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후, 고교 50주년 행사에 맞춰 그 때의 사건을 들추려는 누군가가 그 사건과 관련 있던 인물들의 숨통을 죄어온다는 줄거리다.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그의 소설은 잔혹한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긴장시킨다.

그래서 난 그의 소설이 좋다.

작가는 자기가 머릿속에서 생성해 낸 장면을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백지 위에 글로 표현한다.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 낸 장면을 눈으로 읽고 즐기지만 독자의 머릿속에는 작가의 머릿속 장면이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되진 않는다.

분명 작가가 만든 세계이며 등장 인물의 말과 행동도 작가의 의도대로 설정되어 있지만, 독자는 자신의 경험이라는 필터를 끼우고, 자신만의 앵글에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작가의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설명과 묘사는 오히려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또 다른 재능 중 하나는 독자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도 못 했거나 경험해 보지 못한 장면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살인이나 강간 같은 끔찍한 행위라면, 개인적으로 나만의 세계에서 상상력도 발휘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작가에게 그런 장면은 어느 정도 선 대충 넘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기욤 뮈소는 그 부분을 담담하게 표현해 냈다. 

대신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이해 관계와 인물 간의 갈등에 긴장감을 주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것은 독자들이 스릴러를 통해 기대하는 바를 통찰하는 능력과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책 뒷표지, 한 줄짜리 추천사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지만 내 입을 막아 버리게 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스릴러! 이 소설의 결말을 미리 귀뜸해주는 건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AFP

난 결말이나 그 힌트를 언급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싶지 않다. 

궁금한 사람은 사건의 퍼즐을 맞춰 가며 읽는 재미를 직접 느끼길 바란다.

굵직한 사건 외에도 인물을 둘러싼 수수께끼들를 푸는 재미에 빠져 나처럼 책의 앞뒤를 뒤져가며 읽는 경험을 빼앗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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