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이다. 신부가 보인다. 병상에 누워 있다. 핏기 없는 얼굴로 동신병원 환자복을 입고 있다. 이번엔 병원 복도다. 신랑도 보인다. 신랑은 동료 의사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료실로 들어가 진료를 준비한다. 곧이어 간호사가 환자 한 명을 데리고 들어온다. 신랑은 몇 가지 질문을 하며 환자와 대화를 나눈다. 간호사가 먼저 나간다. 신랑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자에게 다가간다. 환자도 일어난다. 서로 끌어안는다. 신랑의 가운엔 신경외과의 김태혁이란 이름과 명인병원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거 뭐지?그대를 만나죽도록 사랑하는 게누군가 주신나의 행복이죠.눈을 떴다. 오른손을 가슴에 얹었다. 두 사람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채 립싱크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목걸이 펜던트가 만져진다. 내가 눈 감고 ..

2017년 10월 첫째 주 토요일서울, H 호텔 웨딩홀 “다음으로 신랑 김태혁 군과 신부 조아름 양의 하나 됨을 축복하는 축가를 들으시겠습니다.”여전히 긴장하고 있는 듯한 사회자의 어색한 멘트가 끝나자, 홀을 오렌지색으로 장식하던 조명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스피커에서 전주가 흘러나온다.난 축가를 부르러 왔다. 그것도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정식으로 인사 한번 해 본 적 없는 김태혁이란 사람의 결혼식에. 나하고 가장 친한 친구이자 신랑의 후배인 주현이의 부탁이라 어쩔 수 없이 수락했지만, 썩 내켰던 건 아니었다.축가는 내 밥벌이 중 하나다. 일을 많이 할수록 수입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무 결혼식이나 가리지 않고 참석하는 건 아니다. 아는 사람이 낀 결혼식에서는 노래..

내가 사는 건최완규아침 8시 40분. 은우를 학교에 바래다주고 집에 돌아오는 시각. 약간의 오차를 무시한다면 그 시각은 대개 일정하다. 그때부터 여유롭지만 한가하지 않은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마음을 먹었다면 그 시간에 글을 쓴다든가 외국어 공부 같은 생산적인 일을 하며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못한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 ‘마음먹는 일’ 자체를 하지 않게 돼서다. 언젠가부터 의욕이라 불리는 마음 어딘가의 샘이 가문 논바닥같이 바짝 말라 버렸다.처음엔 정말 며칠 정도만 쉴 생각이었다. 휴직을 하더라도 학교에 출근할 때처럼 규칙적으로 살겠다고 스스로 단단히 다짐했다. 그러나 내가 허용한 하루 이틀의 쉼은 금세 일주일이 됐고, 그 허용치는 무더위에 엿가락 늘어지듯 쉽게 늘어나 한 달을 훌쩍..

1998년 5월 20일 SBS 8시 뉴스해외 단신입니다.하와이 현지 시간 19일 저녁 6시 30분경, 하와이 카우아이 섬 와일루아 폭포에서 500m 떨어진 마일로 로드에서 한국인 신혼부부가 탄 차량이 난간 아래로 떨어져 차량에 타고 있던 2명이 사망했습니다.다음 뉴스입니다.1998년 5월 21일 YTN 아침 뉴스사고 소식입니다.지난 19일 하와이 현지에서 한국인 신혼부부가 운전하던 차량이 절벽 난간을 들이받아 추락했습니다. 사고로 인해 운전자 유 모 씨는 차량에서 튕겨 나가 절벽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측되며, 조수석 탑승자 김 모 씨는 안전띠를 하고 있었지만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그 자리에서 사망했습니다. 다음은⋯⋯2009년 10월 10일 KBC 광주 저녁 뉴스 오늘 오전 9시경, 빛고을대로 월출 지하차도..

2016년인가, 같이 근무했던 후배와 회식에서 스몰 토크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대화들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왜 그 대화만 기억이 나는지 모르겠다. 대화 도중 최근 읽은 책으로 주제가 넘어갔다. 내 기억에 나는 그 당시 과 를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후배가 이런 얘길했다. 시간이 오래 지난지라 정확하진 않겠지만 이런 내용이었다. "저는 자기계발서 안 읽어요. 그 책이 그 책이라, 하는 말들이 다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굳이 안 읽어도 된다고 생각해요."납득이 안 가는 건 아니다. 그 후배 말에도 일리는 있다. 나도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자기계발서를 읽는 이유는 중간중간 나태해지는 나를 조금씩 일깨우기 위해서다. 그 친구 말대로 사람이 잘 살려면 부지런하고 계획을 세워서..

아직 2024년이 두 달 반 가량 남았지만 올해 내가 읽은 책들을 곱씹어 보니 단연 '아가사 크리스티'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중간중간 다른 책을 읽긴 했지만 우리 학교 도서관에 있는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을 다 읽었다. 우연한 기회에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TV 영화 를 소개해 주는 TV 프로그램을 스치듯 봤다. 내용을 제대로 본 것도 아니었지만 원작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원작이 있다면 각색한 영화나 드라마보다 원작을 보는 편을 선호하니까. (실제로 원작을 보고 각색한 작품을 보는 것과 각색한 작품을 보고 원작을 읽는 것은 감동을 느끼는 데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이제 어느 정도 단락됐다고 할 수 있다.지난 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20권 정도 되는, 우리 학교 도서..

아직도 코로나19를 얘기냐고, 문제를 너무 그쪽에서만 보고 있는 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2024년 현재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은 그 전의 아이들과 많이 다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3학년 담임을 맡고 있어서 분명하게 답할 수 있다. 2023년 3학년 아이들은 코로나19로 공교육이 우왕좌왕할 때 입학식도 거치지 못한 채 첫 학교를 온라인으로 접한 아이들이었다. 2024년 3학년 아이들(의 부모들)도 입학하기 전부터 걱정은 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었던 건 마찬가지다. 학교과 교육 공급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온라인 수업으로 어떻게든 끌고 가기 위해 코로나 이전의 10년보다 그 3년 안에 에듀테크의 범위와 질 그리고 활용도가 급격한 우상향했다. 개인적으로 당시엔 단순히 교육방법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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